“AI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
이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가장 뜨거운 질문이다. 생성형 AI가 사무・전문 업무까지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자동화가 인간의 노동을 대규모로 대체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른다(한국은행, 2023). 일부 연구는 향후 수십 년간 상당수 일자리가 AI에 노출될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Frey & Osborne, 2017). 그러나 이러한 전망의 다수는 ‘기술적으로 자동화가 가능한 직무’를 헤아린 것이지, ‘실제로 AI를 도입한 기업에서 고용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관찰한 것은 아니다.
기술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은 한 방향이 아니다. AI가 특정 업무를 대신해 인력을 줄일 수도 있지만(대체 효과), 동시에 생산성을 높여 사업을 키우고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오히려 사람을 더 뽑게 할 수도 있다(보완 효과)(Acemoglu & Restrepo, 2019). 둘 중 무엇이 우세한지는 이론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할 문제다. 그리고 그 답은 거시 예측이 아니라, 실제로 AI를 도입한 기업의 고용 변화를 추적할 때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이 질문이 특히 절박한 나라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현재 AI를 활용하는 기업 비중은 9.2%로 2017년(1.4%) 대비 약 6.5배 늘었다(제1편 참조). 그러나 AI 활용 기업이 열 곳 중 한 곳에 불과한 현실에서, 이미 도입한 기업에서 일자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일이 정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도입을 독려하기 전에 도입의 결과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아 자동화 도입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편,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력난과 자동화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AI가 부족한 일손을 메우는 보완재가 될지, 사람의 자리를 위협하는 대체재가 될지에 따라 노동시장과 인력 정책의 방향이 크게 갈린다. 막연한 기대나 우려가 아니라 실증에 근거한 진단이 절실한 까닭이다.
실제로 해외의 기업 단위 연구들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어떤 연구는 자동화 기술이 특정 직무의 고용을 줄였다고 보고하고(Acemoglu & Restrepo, 2020), 다른 연구는 기술을 앞서 도입한 기업이 더 빠르게 성장하며 오히려 고용을 늘렸다고 보고한다. 이는 AI의 고용 효과가 보편 법칙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도입 방식, 활용 목적이라는 맥락에 따라 달라짐을 시사한다. 우리나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증거가 필요한 이유다. 본고는 같은 기업을 반복 관찰하는 패널 구조와 고정 효과 추정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기업 고유의 성장 성향이나 업종 특성을 통제한 뒤에도 AI 활용이 고용을 늘린다면, 그것은 ‘잘 나가는 기업이 AI를 쓴다’는 선택 편의로는 설명되지 않는 순효과다.
이 글은 본 시리즈 제1편이 다룬 「기업활동조사」 패널 자료를 이용해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다. 같은 기업을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추적하면서, AI를 도입한 기업의 고용이 도입 전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인과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나아가 ‘누구의’, ‘어떤’ AI 활용이 고용을 늘리는지를 기업 규모와 활용 목적에 따라 나누어 살펴본다. 결론을 미리 말하면, 적어도 현재까지 우리나라 기업에서 AI는 고용을 줄이기보다 늘리는 쪽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그 효과는 AI를 무엇에 쓰느냐에 따라 크게 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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